이우환 화백 "이건희 회장, 철인이나 광기를 품은 예술가였다"

입력 2021-03-04 00:25   수정 2021-03-04 00:27



한국 현대미술 거장 이우환(85) 화백은 지난해 10월 별세한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 대해 "내겐 이건희 회장은 사업가라기보다 어딘가 투철한 철인(哲人)이나 광기를 품은 예술가로 생각되었다"라고 고인을 추억했다.

이 화백은 문예지 '현대문학' 3월호에 '거인이 있었다'라는 제목의 추모글을 실어 고인을 기렸다.

추모글에서 그는 이 회장이 '뛰어난 예술작품은 대할 때마다 수수께끼처럼 보이는 이유는 뭐죠'라든가, '예술가에겐 비약하거나 섬광이 스칠 때가 있는 것 같은데, 어떤 것이 계기가 되나요'라고 물었다며 "이러한 질문 자체가 날카로운 안력과 미지에 도전하는 높은 의지의 증거"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이 화백은 미술에 대한 이 회장의 안목과 관심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삼성문화재단 지원으로 2001년 독일 본시립미술관에서 개최한 대규모 회고전을 찾은 이 회장에게 인사하자 "미술은 제 영감의 원천입니다"라고 답했다고 소개했다.

이 화백은 "그의 고미술 애호는 선대인 이병철 회장의 영향이 크겠지만, 내가 본 바로는 어느샌가 아버지와는 다른 스케일과 감식안과 활용 방식을 갖추고 있었다"고 밝혔다.

일본에서 활동하면서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와도 오랜 기간 인연을 맺은 이 화백은 "이병철 회장의 고미술 사랑은 이상하리만큼 집념이 강했고 한국의 전통을 지극히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었다"라며 "이에 비해 이건희 회장은 한국의 미술품이라 하더라도 작품의 존재감이나 완성도가 높은 것을 추구하며, 언제나 세계적인 시야로 작품을 선별했다"고 전했다.

또 "특히 한국의 고도자기 컬렉션을 향한 정열에는 상상을 초월한 에로스가 느껴진다"며 이 회장이 수집한 컬렉션이 잘 지켜지기를 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 화백은 "어느 한 존재를 잃고 나서야 비로소 그 존재의 크기를 깨닫는 것이 세상의 상례"라며 "경제계, 과학기술계, 스포츠계는 물론 문화예술계는 최상의 이해자, 강력한 추진자, 위대한 동반자를 잃었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김정호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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